"노스탤지어의 벌레들"은 미디어 아티스트 상희, 내러티브 디자이너 성훈이 기획하고 그래픽 디자이너 김지연이 게임 디자인에 참여하여 제작한 대화형 게임입니다. TRPG의 형식을 차용한 해당 게임은 어떤 승패나 고투에 게임의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게임 마스터와 일대일 대화를 주고 받으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것에 목적이 있습니다. 플레이를 진행할 수록 전시장에 설치된 지도는 플레이의 흔적으로 채워집니다.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은 흰개미의 집이 되었습니다. 당신만의 목적을 이루세요. 도시의 굴곡을 훑으세요. 조우를 맞이하세요.

벌레에 관하여···
P시가 고향인 다양한 배경의 인물들이 있습니다. P시는 평범한 지방 소도시였습니다만, 현재 변종 흰개미가 창궐하며 개미굴을 파헤치고, 도시의 기반을 잠식한 결과, 주민들에게는 대피령이 떨어졌습니다. 화염방사기를 들려 군대를 보낸다거나 하는 과시적인 조치도 있었지만,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통 감감무소식입니다. 이 가상의 변종 흰개미들은 나무의 섬유질만이 아니라 콘크리트와 철근, 아스팔트까지 갉아 먹을 수 있는 생물로 나타납니다. 붕괴 위험지역으로 지정되고 대피명령이 떨어진 이 도시에 플레이어들이 맡는 캐릭터는 피치 못한 사정으로, 혹은 이기적인 목적을 갖고서 귀향하게 됩니다. 모두가 고향을 떠나려는 때에 그들은 비로소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고향에는 여전히, 어떤 이유에서인지, 떠나지 않고 남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시장에 설치된 지도는 흰개미들의 집으로 재개발되어 가는, 인간의 통제력을 점진적으로 잃어가는 도시를 나타냅니다. 이 지도는 플레이어와 마스터 사이의 대화, 그리고 그 대화가 그려나가는 이야기를 통해 계속해서 수정되거나 첨삭되어 갈 것입니다. 한편, 외부인들을 공황상태로 빠트리는 흰개미들은 동향의 생물인 당신에게 적개심을 드러내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 또한 바라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노라고 그들만의 언어로 회유할 것입니다.

지도에 관하여···
전시장의 지도는 당신이 지나게 되는 길과 무대들을 간략하게 추상화한 것입니다. 이 추상들이 대표하는 길과 무대는 당신의 여정에 따라 변화합니다. 벽은 부서질 수 있고, 바닥은 꺼질 수 있으며 길은 막힐 수 있습니다. 앞선 이가 남겨둔 실마리가 여정을 쾌적하게 진행하도록 도울 수도 있고, 더 깊은 미궁 속으로 당신을 이끌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여정이 지도 위에 남기는 흔적과 기호, 유언들도 이후 도시에 당도하게 될 플레이어에게 귀중한 정보가 될 것입니다.
본 게임은 승패를 판가름하기 위한 게임이 아니라, 공동의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과정이 갖는 즐거움을 목표합니다. 그리고 이 목표를 추구하는 플레이어들을 통하여, 전시장의 지도는 다층적인 플레이어의 궤적이 중첩되는 지층이 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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